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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Air, 2023) - 밴 애플렉 (도전의 가치는 어디에 있고 도박과 도전은 무엇이 다른가?)

by 대담한도약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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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2023) - 밴 애플렉 포스터

 

 미국의 배우 겸 감독인 밴 애플렉이 이번에 나이키 에어 조던 신발 성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에어>를 만들어 왔다. 밴 애플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 영화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사실 감독으로서의 밴 애플렉을 마주하는 것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그의 영화도 나왔겠다 한번 그의 필모그래피를 쭉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굿 윌 헌팅>과 리들리 스콧 감독의<라스트 듀얼> 등 상당히 유명한 작품의 각본으로 참여했던 이력이 있었고 이 두 작품 외에도 꽤나 많은 작품의 각본, 감독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에어>가 개봉하기 전 영화 커뮤니티의 기대평을 보고 맷 데이먼과 밴 애플렉의 케미를 상당히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았는데 확실히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맷 데이먼과의 인연이 상당히 두텁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솔직히 <에어>를 보기 위해 내가 극장으로 향한 건 내가 밴 애플렉을 좋아해서도, 맷 데이먼을 좋아해서도 아니었던 것 같다. 개봉하자 말자 망설임 없이 당일날 바로 예매를 하긴 했었다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나이키 에어 조던의 네임드의 가치가 출연 배우들의 네임드보다 적어도 나에겐 더 컸던 것 같다. 처음부터 큰 기대를 안해서일까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보긴 했다만 누군가 보러 가자고 한다면 굳이? 그래도 영화를 보며 꽤 인상 깊었던 부분들과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던 지라 훑어보 듯 <에어>에 대해 개인적 소감을 말하고자 한다. 아마 비판 위주가 될 것이니 <에어>를 재밌었던 영화로 남겨두고 싶다면 차라리 안 읽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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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스틸 컷

 

  • <에어>라는제목에 대해

 이 영화는 나이키의 농구화 라인 중 하나인 '에어 조던'을 다루고 있음에도 왜 제목을 '에어 조던'으로 짓지 않고 <에어>라고 지었을까? 영화 <에어>의 관계자들이 마이클 조던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한 제목에 대해서 필자는 이 영화는 결코 '마이클 조던'에 대한 찬양을 담아낼 의도가 일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개인 마다 이 의견에 반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서 마이클 조던은 단지 나이키 회사를 더욱 위대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도구 역할만 해주고 있을 뿐 마이클 조던 개인의 이미지나 위상이 이 영화를 통해 변한 것은 단 하나도 없도록 연출되었지 않았는가. 그는 시작부터 위대했고 나이키와 조던의 관계는 처음부터 불공평하고도 꽤나 무심한 사이었다. 나이키가 조던을 바라본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농구화 사업에서 철수할 수 없었고 스타가 필요했을 뿐이다. 조던은 처음부터 스타였고 나이키와 이 영화는 단지 그것을 이용했다. 그리고 조던 또한 단지 신발이 이쁘고 '에어 조던' 라인의 지분이 자신의 이익에 충분했기 때문에 그들을 받아들인 것 뿐이다. 완벽한 비즈니스. 만일 영화 제목이 <에어 조던>이 되어버렸다면 이 영화의 목적이 되는 나이키 찬양이 퇴색되었을 것이다. 근데 사실 그것도 잘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에어>  밴 애플렉(나이키 설립자 필 나이트 역)

 

  • 도전에 대한 가치는 무엇인가?조깅? 도박? 'Just Do It'?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키워드는 결국 도전이다. 그러나 밴 애플렉은 <에어>를 만들며 디자이너가 에어 조던을 만들면서 느낄 법했던 갖은 직업적인 고뇌, 노력, 시련들을 완전히 생략시켜버렸다. 굳이 그러한 것이 담겨 있었다면 그것은 디자이너의 고뇌가 아니라 회사 임직원들이 마이클 조던을 섭외할 수 있을 지 없을 지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함 뿐이었다. 하지만 맷 데이먼이 연기했던 소니라는 인물은 따지고 보면 자신의 어떤 갸륵한 신념이나 애사심 때문이라기 보다 단지 자신의 밥그릇이 되어주던 나이키가 농구 사업을 철수할 지도 모른다는 경제적 불안감 때문에 행한 도박수를 둔 것 아닌가. 그는 애초에 출장을 다녀온다 하고 도박장에 들려 주사위를 던지던 한량 같은 인물로 나온다.

 

 한 회사의 성공 신화를 담고 있다는 점에선 음... 글쎄다 애초에 감독 본인 스스로가 도전은 도박이라고 도전 자체를 그다지 숭고히 여기지 않는 비유를 하고 있다. 그래도 필자가 생각해봤을 때 이 영화에서 나름 도전 자체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 좋은 부분은 분명 존재했는데, 그건 밴 애플렉이 연기했던 필 나이트의 대사였다. 기억나기에 분명 이런 느낌의 대사였던 것 같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아
그들은 조깅을 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인 거야

 조깅을 도전에, 결승선을 성공에 빗대어 본다면 분명 도전은 그 자체로 숭고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말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설령 결승선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결승선 자체가 없더라도 괜찮다. 어쩌피 나이키의 슬로건은 'Just Do It'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도전하는 주인공 소니는 조깅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뱃살이 불룩 튀어 나온 중년 남성의 몸매는 그가 얼마나 운동을 소홀히 했는 지를 보여주는 설정이다. 그리고 소니는 조던과의 계약을 무사히 끝 마친 엔딩에서마저 조깅을 시도했다가 곧 바로 포기한다. 그래서 사실 조깅이든 Just Do It이든 도전에 대한 이 모든 자격은 주인공 소니가 아니라 밴 애플렉이 연기했던 필 나이트 CEO가 받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그는 애초에 이 시나리오의 주연이 아니라 사실 조연과도 마찬가지인 포지션에 있다. 이론적으로 접근하자면 소니의 도전을 방해하고 딴지를 거는 전형적인 직장 상사의 포지션, 악당이었다. 그런데 대뜸 조깅을 계속 하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소니를 지지해버린다. 도전은 확실히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모든 도전에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도전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어떤 것에 도전하느냐'도 있겠으나 '어떤 마음가짐으로 도전하느냐'에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핵심 인물을 소니로 잡아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 나이트 CEO를 주인공으로 잡아 도전에 대한 가치와 고뇌를 담아내야 했다고 생각한다.

 

맷 데이먼(소니 바카로 역) / 비올라 데이비스(돌로레스 조던 역)

 

  • 돌로레스 조던의 비중

 조던의 어머니, 돌로레스 조던은 주인공 소니의 장애물이자 조력자이기도 했다. 그의 작 중 비중은 나이키 CEO 필 나이트의 것과 견줄 만한데 그녀의 맹목적인 아들 사랑을 왜 이리 부각시켰는 지 모르겠다. 조던은 앞서 말했 듯 나이키를 위대하게 보이게 만들 도구 같은 존재로 등장시키지 않았는가. 그 와중에 돌로레스의 아들 사랑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드는 생각은 결국 조던과의 계약을 무사히 치루게 도와준 그 공로를 인정해 주기 위해서 그렇게 비중을 잡아 먹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멋지지 않고 에어 조던이 어떤 사업성을 띄고 등장하였는 지도 굳이 영화관에서 돈을 쓰고 시간을 쓰면서 알고 싶지 않다. 누군가 조던의 팬이라 이 영화를 보러 가고 싶어 한다면 크나 큰 착각이라고 말해줘야 한다. 조던은 그저 맹목적으로 아디다스 유행에 따르는 마마보이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그냥 관계자들끼리 서로 술안주 삼아서, 추억거리로 기념할 때 제일 완벽해진다. 특히 소니의 측근들을 위주로 말이다.

 


<에어> 스틸 컷
  • 소감

 사실 나는 영화에 대해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다지 혹평을 두는 성격은 아니다. 설령 별로인 영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금방 잊어버리거나 별로인 것 그 자체로 재미를 두는 스타일이다. 이 영화 같은 경우에는 볼 때만 해도 어쨌든 맷 데이먼 자체로 재밌고 밴 애플렉도 나오고 내가 좋아하는 에어 조던의 이야기도 나오니 일단 심심하진 않았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내가 영화를 본 건지, 2시간 짜리 광고를 돈주고 본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만약 <에어>를 보고 어딘가 재밌었던 거 같은데 찝찝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분명 그건 한켠으로 나와 똑같이 광고를 보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적어도 도전에 대한 가치관을 조금 더 확실히 잡았더라면 확실히 좋은 작품이 됐을 것 같다. 이 영화 보고 부디 도전은 도박과 같은 거야! 라고 생각하지 말자. 도박은 결과에 이르러서야 가치가 있는 것이고 도전은 시작과 동시에 가치가 형성되는 것이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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