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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hort film

<산 23-1,X>-이민호 감독

by 대담한도약 202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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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마을에서 저마다의 소리가 들려온다.

문현동 산 23-1번지 (출처 : 두피디아)


해당 작품은 부산 문현동에 재개발이 예정된 산 23-1번지에 있는 과거 벽화마을의 전경을 담은 러닝타임 14분의 영상이다.

영상에는 고정된 카메라 앵글을 통해 재개발로 인적이 사라진 공허한 마을의 장면들을 담아냈다. 14분의 긴 시간동안 숏들의 전환은 그다지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카메라를 세워놓은 채 마을의 소리와 지나가는 고양이, 주민들의 모습들을 담아놓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떠나가 무너져가는 마을을 비추고 있음에도 그곳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듯이 감독은 설거지의 소리, TV의 소리, 아이들의 소리, 차들의 소리들을 담아내어 옛적 주민들의 인간냄새를 관객들에게 전달해준다. 소리를 통해 관객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잠시 다녀온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 스크린에 비춰지는 공허한 마을의 모습을 보곤 착잡함을 느낀다.

마을은 예전의 풍요로운 분위기를 잃었지만 여전히 그곳에 머무르는 돌산 마을 주민들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흔히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하고도 정겨운 모습들을 보며 관객들은 한 때 그 곳에 풍요로웠던 돌산 마을이 자리해있었다는 것을 그리워할 것이다. 어쩌면 그곳에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사람도 말이다.

낮은 마을의 쓰레트집 너머에는 푸른 유리창의 높다란 대형 건물들과 시가지가 눈에 띈다. 어쩌면 주황빛의 전봇대 하나로는 어두움을 감출 수 없는 돌산 마을과 달리 그곳은 그 밤에도 쨍쨍히 도시의 모습을 비추어 주고 있다.

비록 우리는 도시를 동경하고 또 도시에 살아갈지 모르나 도시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사라진 마을들을 기억할 것이다. 구석구석 즐비하게도 옆구리를 공유했던 마을의 전경을 말이다. 영상이 전체적으로 절제미가 있어 담백하여 별 장면없이도 집중하여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영화를 한줄평으로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시간의 강력한 힘은 멈출 도리가 없지만 우리 마음 속의 추억과 감정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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