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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O-ne sentence review

로스트 인 더스트 - 데이비드 맥킨지

by 대담한도약 2021.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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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2016)

<로스트 인 더스트>는 플롯으로만 보면 정말 지극히 평범한 서부극/범죄 영화에서 그치는 작품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스러웠던 것은 정말 단순한 플롯으로 쉽사리 눈을 떼기 힘든 몰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 몰입력은 당최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기 힘들었다. 은행을 터는 것이 범죄물이라고 불릴지 몰라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만큼 자극적인가? 아니다. 그렇다고 배우들이 훈남훈녀인가? 그것도 아니다. 그럼 색채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나 <HER>만큼이나 이쁜가? 아니다. 마블만큼이나 볼거리가 많은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메마른 텍사스의 땅만큼이나 건조하다못해 거칠다. 다만 텍사스의 그 건조함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만큼 잘 구현해내었다고 말할 순 있겠다.

이 영화의 진면목은 감독이 작품에 설치한 장치들에 있다. 가령 은행을 털어서 은행에 빚을 갚고 세금을 내야하는 주인공의 행동이나 인물 설정을 과거 백인들이 서부의 인디언들을 몰아붙이고 탄압하였던 것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그러하다. 이 작품은 인디언과 멕시코인을 은행강도를 쫒는 레인저들의 인종으로 설정하고 은행에서 돈을 훔치는 두 형제를 백인으로 설정하였다. 현 사회에서 인디언을 탄압하는 백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 사회에서는 은행가와 자본주의 사회가 소시민들을 갈취하고 탄압한다. 가난 앞에서는 백인들마저 코만치(모두의 적)가 된다. 텍사스의 메마르고 건조한 분위기가 이 영화에서 탁월하게 잘 어울리는 이유는 은행가의 갈취로 메말라버린 소시민들의 심정을 잘 묘사할 수 있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여기서 그친다면 필자는 이 작품을 뒤늦게 블로그에 포스팅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를 21/10/28에 보았는데 이 포스팅은 12월 27일 새벽에 작성하고 있다. 대부분 이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충 끄적이거나 아예 적지 않는다. 기억도 잘 안나거나 그만큼 큰 여운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영화에 대한 감탄은 위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는 명백한 악역이 사람에게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강도도, 그를 추격하는 레인저들도 이 영화에서는 악역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생존하려고 발버둥칠 뿐이다. 하지만 최후에 승리자는 없다. 주인공은 친형을 잃고 물질적인 문제는 해결했을지 몰라도 가족들과 떳떳하게 재결합하지 못한다. 또한 늙은 레인저 또한 동료를 잃고 은행강도를 은퇴 전에 체포해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과 경찰들은 어떤가? 푼돈을 노리는 잡범으로 취급하여 그다지 신경쓰고 내색하지 않는다. 그들의 발버둥으로는 자본주의의 상징인 은행가에 기스하나 내지 못한 것이다. 생존을 위해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사회에서 최후까지 인간의 의지를 붙잡아두는 것은 유대이다. 가족과의 유대, 동료와의 유대가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영화는 끝날지 몰라도 은행가의 착취과 탄압은 끝나지 않는다. 늙은 레인저와 은행강도의 복수도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코만치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새로운 유대도, 새로운 복수도 다시 등장할 것이다. 우리가 아는 서부극과 텍사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새로운 서부극을 낯부끄럽게 탄로시킨 작품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디즈니의 <크루엘라>나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작품처럼 티내거나 부각시킨 것도 아니다. 그 부분이 가장 경탄스럽다.

▶한줄평


가난은 백인마저 코만치로 만든다.

별점 :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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