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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O-ne sentence review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 도이 노부히로

by 대담한도약 2022.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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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2015) 포스터


무슨 애니메이션 대사같은 영화 제목만 본다면 참으로 일본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게이오 대학, 한국으로 치면 SKY를 전교 꼴찌가 가겠다는 내용인데 정말 뻔하고 클리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내용이지만 영화가 어느정도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오글거리거나 결과가 보이지만 계속 봤었다.

참고로 이 작품의 감독인 도이 노부히로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21년에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를 만든 일본의 명감독이다. 이런 작품 분위기는 좀 낯설어서 이 사실을 알고 굉장히 당황했긴 했다.

(스포 주의)


이 영화는 실상 단 두명의 캐릭만으로 이야기를 굴려가는데 그 인물은 불량소녀인 '사야카'와 학원선생 '츠보타'이다. 여기서도 사야카는 주변인물들의 응원과 격려에 움직이는 수동적인 인물인지라 사실상 스토리를 끌고가는 것은 죄다 츠보타선생에게 집중되어 있다.

다른 캐릭터들의 경우 사야카와 츠보타에게서 파생된 인물들이다. 번외로 사야카 아버지도 있는데 묶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불량소녀 사야카 = 남동생 = 학원친구 레지
  2. 츠보타선생 = 엄마
  3. 아버지 = 학교 선생님

1군의 경우 성장하며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청춘들에 속한다. 사야카가 넘어질 때 그들은 그들만의 이유로 넘어지고 사야카가 일어설 때 그들도 그들만의 의지로 다시 일어선다. 츠보타 선생이 마지막에 '사야카는 사야카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변화를 주었다.'라는 편지글을 써주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이들은 처음엔 틀린 방향으로 나아간다. 사야카는 자신의 정체성을 꿈이 아닌 친구들에게서 찾으며 남동생은 자신의 꿈이 아닌 아버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억지로 노력한다. 레지의 경우 아버지가 싫어 아버지를 실망시키는게 목표인 왜곡된 꿈을 가진 인물인데 이들은 최후에 모두 부모님과 화해를 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게 된다. 다만 남동생의 경우에는 야구를 게속하게 된건지 아닌건지 열린 결말처럼 보여지는데 아무래도 아버지의 꿈을 강요받는 포지션이다 보니 아버지의 꿈을 계속 이뤄나가면 왜곡된 부모의 욕망을 옹호해버릴까봐 감독이 그냥 크게 조명안시키고 넘어간 것 같다. 어쨌든 이 청춘들은 부모와 밀접한 관계에 놓여져있다보니 이들이 행복해지면 자연스레 부모들도 해피엔딩을 맞게 되는 상생관계를 관찰할 수 있었다.

▲츠보타의 학원에 수강신청을 하러온 사야카 (영화 스틸컷)


2군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는 든든한 아군이다. 사야카가 게이오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던 개국공신들이다. 츠보타 선생이 작중 사야카의 의지박약에 화를 냈을 때를 제외하면 사야카를 단 한번도 나무란 적이 없으며 사야카의 입장에서 말을 해주고 격려해준 인물들이다. 사실 츠보타선생이 중간에 화를 낸 것도 정석적인 스토리라인의 흐름을 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넣었던 인물들간의 갈등이 아니었나 싶다. 왜냐하면 사야카는 작중 나오는 친구, 학교 선생, 아버지 등 그 어떤 인물들과의 시비, 언쟁이 있더라도 절대 의지를 꺾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야카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스승이었고 사야카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도 스승이었다는 점은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야카, 즉 불량소녀가 주인공인듯하지만 사실 그건 맥거핀같은 요소가 아닌가 싶다. 영화의 핵심은 스승인 츠보타에게 있다.
만일 주인공을 사야카에게 잡으려고 했다면 감독은 위에서 언급한 3군과 2군의 대립구조를 만들어서 1군을 괴롭힐게 아니라 오히려 1군 속에서 대립되는 청춘들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스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바와 동시에 이 영화의 메세지는 청춘들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주제이기 때문에 1군들은 모두 올바르게 성장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3군은 따지고 보면 빌런이다. 사야카의 꿈을 하찮게 보며 그를 몽상가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경우 자신의 꿈을 아들의 꿈에 투영시켜 강압시킨 인물인데, 아이러니하게 단 하나도 이쁠 구석이 없는 인물을 최종에 가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눈구덩이에 빠진 이웃을 도와주는 장면을 넣어 미화시킨다. 이 장면은 급박한 시험 당일날에 무슨 짓인가 싶은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왜 굳이 이러면서까지 미화를 시켰나 싶긴 했다. 3군은 정말 감독이 신경을 거의 안쓴 버림받은 그룹이다. 사실 어쩔 수 없이 작품 속에서 악역을 맡았을 뿐 이들은 2군과 사실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인물들이다. 학교의 우등생들에겐, 야구를 좋아하게 된 남동생에겐 이들도 든든한 아군이다. 선생의 경우 미화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사야카가 '게이오 대학에 들어가면 발가벗고 운동장을 물구나무로 한바퀴 돌겠다.' 라는 약속을 엇비슷하게 지킨 모습을 보여주며 친근감을 부여했다. 개그 포인트로 쓰인건데 아쉬운 점은 학교선생을 죽이고 학원선생을 살림으로써 이 영화가 혹시 사교육을 적극 권장하는 작품이 되버린건 아닌지 싶어서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편친 않았다.

이들은 결코 서로 다르지 않다. 비록 한번에 대학에 붙지 못한 레지이지만 그 모습은 사야카가 될 수도 있었다. 비록 딸로 태어나 야구선수로 키워지지 않은 사야카지만 자칫 부모의 꿈을 강압받는 인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서로를 투영한 제각각의 경우의 수라고 볼 수 있다. 2,3군의 모습들도 그러하다.


▲강변에서 쉬고 있는 레지와 사야카 (영화 스틸컷)


▶소감
이해하면서 넘어가야할 부분이 많고 뻔한 청춘물이라서 기대하고 보진 않았다. 다만 든든한 아군들의 멋진 서포팅이 뭉클하였고 의지충만으로 항상 긍정적으로 자신의 꿈과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는 사야카의 모습도 대견하고 예뻐보였다. 청춘물답게 정말 기분좋은 영화였는데, 아무래도 대사라던가 배우들의 연기, 뜬금없는 장면들이 몇번 등장하여서 그게 아쉬웠다. 다소 매끄럽진 못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나름 이런게 청춘신파극인가 싶다.

▶한줄평

응원의 영화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투영한다.

▶별점 :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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