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썸머 워즈> - 호소다 마모루 (<용과 주근깨 공주>와 함께 바라본 호소다 마모루의 변화)

by 대담한도약 2022. 4. 6.
728x90

 

썸머워즈(2009) - 호소다 마모루


 21년 9월에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미녀와 야수>에서 영감을 받은 메타버스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를 내보였다.(해외에선 <BELLE>로 개봉하였다.) 호소다 마모루는 2009년에 이미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정립되기도 전에 그것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할 <썸머 워즈>가 그 작품이다.


한 명의 감독이 같은 테마로 복수의 작품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만일 이런 경우 우리는 감독이 해당 주제나 테마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고, 또 시대변화에 따라 어떻게 그 가치관이 변하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지 흥미롭고 좋은 기회가 된다. 그 예시로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 <로마> 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있는데 생명을 주제로 한 이와 관련된 평론은 다른 분들의 좋은 글들이 이미 많이 쌓였으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메타버스 2부작에 집중하여 그의 작품에서의 변화와 방향성을 메인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용과 주근깨 공주>를 일전에 포스팅했기에 <용과 주근깨 공주>가 궁금하다면 참고해주었으면 한다.

 

<용과 주근깨 공주> - 호소다 마모루

<시간을 달리는 소녀>, <괴물의 아이>, <늑대 아이> 등 수많은 수작들을 만들어낸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새 작품 <용과 주근깨 공주>가 9월 29일에 막 개봉하였다. 앞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함

hellobrofriend.tistory.com

 

728x90

(스포 주의)



이 작품은 나츠미네 대가족과 함께하는 겐지의 여름여행을 다루고 있는데 그 공간이 나츠미의 진노우치 가문이 아니라 OZ라는 메타버스 세계에 비중이 실려 이루어진다. <썸머 워즈>의 세계에는 OZ라는 인터넷 속 가상공간이 존재하는데 이 OZ는 그 기술력과 보안력이 월등하여 네트워크를 이용한 전세계의 거의 모든 시스템이 이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아마 그 당시 인터넷 공간이 그다지 시각적으로 구현된 적이 없었기에 호소다 마모루는 그러한 세계를 자신도 모르게 메타버스처럼 표현한 것일지 모른다. 

 

영화 속 OZ 세계 (썸머워즈 스틸컷)


 

  •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빨간 띠'와 '고래'

 <용과 주근깨 공주>와 <썸머 워즈>은 여러 부분에서 동일한 묘사로 표현되는데 가령 서버의 관리자나 그 측근을 커다란 고래로 표현한다던지 서버를 둘러싼 빨간 띠가 그러하다. 빨간 띠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에서도 시간을 타임리프를 표현할 때에도 등장하였고 고래같은 경우엔 <괴물의 아이>(2015)에서도 「백경」이라는 책과 함께 등장하여 '스스로의 거울'이라는 뜻으로 표현되었다. 필자는 메타버스 2부작에서의 고래는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을 거울처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빨간 띠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술적인 트레이드 마크라고 생각되는데, 고래같은 경우엔 그가 말하고자하는 주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짙다는 것이다.

 

 가령 고래가 <썸머 워즈>에서는 '러브 머신'이라는 빌런으로부터 세계를 지키고 싶어하는 염원으로 작용하여 나츠미에게 럭키아이템을 주었고, <용과 주근깨 공주>에서는 벨이 유저들 앞에서 스스로를 당당히 드러내고 노래를 부르는 것에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필자는 그 고래가 갈수록 개입력을 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썸머 워즈>(2009)에서 나츠미가 받는 럭키아이템이란 도움은 거부할 필요도 거부할 수도 없는 개입이었다. <괴물의 아이>(2015)에서는 (직접적으로 그 뜻을 애초에 「백경」이란 책을 통해 표현하며 다른 범주로 국한시켰으니 차치하여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살펴보자면) 주인공의 편이 아닌 내면의 어둠으로 등장하여 극복하여야하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반강제적인 영웅적 선택'을 주인공에게 던져주었다. <용과 주근깨 공주>에서 고래는 사건을 해결하는데에 또 한발짝 더 물러나 주인공이 사람들 앞에 선다는 공포심을 극복하는 환경만 제공해주었는데, 이것은 주인공이 외면하여도 세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자유로운 선택지였다. (그것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즉 호소다 마모루는 작품을 만들어갈수록 감독이 스토리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들에게 그 선택을 맡기는 조금 더 생명력있는 플롯과 연출을 선호해가고 있는 것이다.

호소다 마모루의 고래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 그가 인터넷 세상을 바라보는 견해가 바뀌었다.

 <용과 주근깨 공주>와 <썸머 워즈>는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메인 주제부터가 다르다. <썸머 워즈>같은 경우에는 유대와 단결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끽해야 해킹에 대한 위험성을 시사하는데에 그쳤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본인 스스로를 그대로 사랑하게 되는 성장과 그것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인터넷 속 시기, 질투, 미움 등 부정적인 마음들을 시사했다. 호소다 마모루가 바라본 2009년의 인터넷 세계는 힘을 합칠 수 있고 머나먼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조직적인 소통창구였다. 그 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오히려 주인공 무리에게 이로운 존재들이었다. <용과 주근깨 공주>에선 이와 다르게 주인공을 향한 메인 위협이 해킹도 아니고 모순적이게도 '언베일'이라는 대상의 신상을 드러내는 능력이었다. U의 유저들은 주인공 무리에겐 도움을 주긴 커녕 정체를 숨기고 눈치를 봐야하는 위협적인 대상으로 등장하였다.

 

 이것은 OZ와 U라는 메타버스의 문제일까? 라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OZ에서도 아바타를 선택하며 본인을 숨길 수 있었고 U라고 하더라도 러브머신같은 만능 해킹AI에게 안전이 보장된다는 장담을 할 수 없어보인다. 단지 그 차이는 감독이 문제삼고 다루고자하는 주제가 다른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보인다. <썸머 워즈> 속 러브 머신은 AI라서 인터넷의 문제를 인간에게 있다고 직접적으로 지목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오히려 사람들의 유대와 단합을 이야기하고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이야기의 도구로 보아도 무방해보인다. 하지만 <용과 주근깨 공주>에서는 인터넷의 문제를 인간 그들에게서 집어냈다. 더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고 현실에서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직접적인 문제인 것이다. <썸머 워즈>의 결말은 그 어떤 사상자도 내지 않은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용과 주근깨 공주>는 가정폭력도, U에서의 시기, 질투, 왜곡된 동경도 전혀 해결되지 않고 용과 주근깨 공주만이 행복해지는 제한적인 해피엔딩이었다. 호소다 마모루도 이 문제만큼은 해결되기 싶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점점 인간 자체에서 작품 주제를 찾아 영화를 만들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는 위에서 언급했던 '고래'의 개입력을 줄이고 주인공의 용기있는 선택의 중요도를 조명하고 있다. 앞으로 그가 조명할 문제들은 어떠한 위인 한명이 해결해줄 수 있는 단순한 논제가 아닐 것이다.


 

  • <썸머 워즈>에 존재하지 않는 것

 <썸머 워즈>에서는 미움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7~8월에 피는 나팔꽃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다. 이 나팔꽃은 영화에서 굉장히 자주 등장하며 가족들을 향한 나츠미 할머니의 사랑과 그들이 만들어나가는 유대를 표현하고 있다. 유대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직업이 경찰인 나츠미의 사촌오빠는 슈퍼컴퓨터에 사용하는 얼음을 그 용도도 모른 채 할머니가 더울까봐 모조리 그것들을 옮겨버리고 그 바람에 러브머신을 무찌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다. 러브머신을 만든 와비스케는 첩의 아들이며 가문의 돈을 들고 미국으로 도망친 원수로 등장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그마저 찾아오면 밥을 배부르게 먹여주며 보듬어 줄 것을 유언장에 적어둔다. 그들을 향한 한순간의 미움은 존재할지언정 그 미움이 영원하지 않고 덧없는 사랑으로 메꿔지는 것, 호소다 마모루가 바라본 유대와 단합의 비결은 그곳에 있었다.

나츠미 할머니의 덧없는 사랑을 표현하는 나팔꽃 (썸머워즈 스틸 컷)

 

 왜 '러브 머신'인가? 솔직히 이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와비스케가 러브 머신을 만든 이유가 이것을 개발하여 돈을 번다면 자신의 옛 과오를 돌이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지은 것이 아닐까 유추된다. 그는 러브 머신의 결과가 개발자인 본인과 전혀 연관되지 않았다는 다소 사이코적인 면모를 보이기는 하지만 그가 진노우치 가문을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일말의 의심이 없어보인다.

 

  • <썸머 워즈>는 다름 아닌 진노우치 가문의 내전이다.

 와비스케가 러브머신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없다고 하는 것은 '과학자의 연구는 미래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야하는가?' 라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질문은 물론 관객들이 논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호소다 마모루가 이를 저격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저격한 것은 다음과 같다. <썸머 워즈>는 표면적으로 본다면 AI와 인류의 전쟁이다. 하지만 그 내적 구조를 본다면 결국 진노우치 가문 안에서 일어난 내전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진노우치 와비스케가 만든 러브머신 VS 진노우치 가문'이 그 본질의 정체란 것이다. 결국 <썸머 워즈>는 내부의 적처럼 보이는 가족마저 회유하고 품어줄 줄 아는 덧없는 사랑이 주제가 아닐까? 러브 머신을 무찌른단 것은 결국 와비스케와 그의 가문이 사랑으로 화해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왜냐하면 AI를 없애기 위해선 개발자 본인의 도움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협조적이기 위해서도 사랑이 필요했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도 사랑이 필요했다. 전쟁이 일어난 이유도 사랑때문이었고 종전을 위해 필요한 것도 사랑이었다. 이건 진노우치 가문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진노우치 가문의 직업분포와 할머니의 인맥은 종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것은 하나의 작은 사회이며 인류 공동체를 대표하는 작은 집합체였으니 이것을 인류 공동체에 투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된다.

 

+ 영화에서는 진노우치 가문의 한명이 전국 청소년 야구대회에 출전한 것으로 나온다. 그 대회내용은 진노우치가문이 러브머신과 고전하는 것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는데 러브머신을 무찌르자 그 야구 선수도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다. 사랑을 성취하는 것이 가문의 번영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 아쉬웠던 점

 일단은 영화 전반적으로 인위적인 전개가 많이 보였다. 가령 감정없는 AI가 복수를 위해 진노우치 가문에 인공위성을 떨어뜨리려고 한 것도 이해가 되지않는 개연성이고, 탐구욕과 호기심이 어떻게 하면 인류의 위협으로까지 다가오는지, 수학의 천재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세계 제일의 보안을 자랑하는 OZ의 보안을 뚫어내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심지어 암산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소다 마모루가 선사하는 신선한 OZ의 세계와 여름의 향기가 풍요로웠던 것은 변치 않는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성상 그게 잘 안되는 것은 알고 있다만 그래도 이런 좋은 소재와 구성에 잡음이 너무 많으면 그 평판에 해가 되기에 적어도 선넘는 개연성은 자제했으면 어떨까 싶다. 

진노우치 가문의 저녁 (썸머워즈 스틸 컷)

  • 한줄평

 

나팔꽃에 벌레가 닿지 않았다면 더욱 완벽했을텐데 그래도 싱그러웠다.

 

 

별점 : ★★★☆ 3.5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