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성기를 가진 남자의 이야기는 <부기 나이트> 외에도 <플로리다 프로젝트> 의 감독 션 베이커의 <레드 로켓>도 떠오른다. <레드 로켓>는 포르노 프로듀서 겸 배우인 마이크 세이버가 고향에서 스트로베리를 만나고 겪는 일련의 사건으로 비참한 수난을 겪는 새드 엔딩이었다면 <부기 나이트>는 주인공 아담스가 잭 호너 감독을 만나고 겪는 일종의 성장물이라고 볼 수 있다. 래퍼토리는 초반 부분을 제외하고 스콜세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Raging bull,1980)과 상당히 흡사해 오마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필자는 이젠 다소 뻔할 지 몰라도 이 래퍼토리가 가장 현실적인 영화적 엔딩이 아닌가 싶다.
<레드 로켓>에서는 큰 남근이 일종의 허영심을 시각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부기 나이트>에선 주인공 아담스이자 더크 디글러의 남근은 인간 됨됨이라던지 정착에 대한 심볼로 작용하는 듯하다. 두 작품의 남근은 모두 엔딩 장면에서 등장한다는 점, 비참해진 주인공의 말로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축 쳐진 채로 덜렁거리는 남근의 모습은 꺾여버린 자존심, 남성성을 형상화 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러한 남근을 칼 융의 정신분석학과 연계짓자면 하나의 아니마라고도 볼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레드 로켓> 주인공 마이크의 아니마는 제대로 발현되지 못해 허영심, 변덕스러움으로 변질됐으며 <부기 나이트> 속 아담스의 아니마는 그것을 인지하고 올바르게 발달시킴으로서 타인에 대한 배려심, 이해심, 포용력을 길러냈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우리가 이 두 작품에서 주인공이 발현시킨 아니마의 형상과 성격에 대해 지켜보면서 인생에 적용시킬 것은 가족과 '내 사람'에 대한 개념이 아닐까? <레드 로켓>에서 등장하는 가족의 모습은 상당히 계산적이며 이해타산적이다. 또한 <부기 나이트>에 등장하는 가족 또한 아담스의 재능을 과소평가하고 초라한 자식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그다지 긍정적이게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러한 이유로 두 인물은 모두 이른 바 유사 가족, 파트너를 찾아 떠나는데 <레드 로켓>의 엔딩을 보면 유망 포르노 스타가 될 스트로베리와의 관계가 곧 단절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반대로 <부기 나이트>의 경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 고백한다는 점에서 <레드 로켓>의 엔딩과 질적인 차이가 있지 않은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며 실수는 하기 마련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그 실수를 어떻게 딛고 일어설 지에 달려있다.
<부기 나이트>의 주인공, 더크 디글러가 만일 마약의 늪에서 끝끝내 빠져 나오지 못했다면 아마 <레드 로켓>의 마이크처럼 하반신을 벗겨제끼고 도심을 활보하고 다녔을 지 모르겠다. 여기서 나오는 마약은 단순히 직관적으로 '마약'이란 물질 그 자체만을 말한다고 볼 수 없다. 가장 큰 마약은 자신의 재능을 과대평가하여 허영심에 잔뜩 빠져있는 개인의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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