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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댑테이션> - 스파이크 존즈

by 대담한도약 2021.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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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댑테이션(2002) - 스파이크 존즈



<존말코비치 되기>라는 가장 개성적이면서 독보적인 데뷔작을 만들어낸 할리우드의 천재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의 두번째 작품인 <어댑테이션>에서는 그 자신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우리가 잘아는 2005년 로맨스 명작 <이터널 선샤인> 또한 그의 각본인데 그의 명성은 웬만한 할리우드 감독보다 자자하다. 2002년에 세상에 나온 <어댑테이션>은 <존 말코비치 되기>에 이어 그가 왜 천재 각본가라고 불리는지를 명확히 증명해준 작품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야기의 구조는 그 어떤 서사보다 복잡하다. 어쩌면 생각의 흐름대로 때려박은 것과 같이 느껴졌는데, 이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알고 나면 이런 표현이 어느정도 어울린다고 공감할 것이다.




(스포 주의)




이 작품은 각본가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픽션과 논픽션이 공존하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가령 찰리 카우프만은 실제로 <난초 도둑>에 관한 각본을 요청받기는 하였지만 그에게 쌍둥이 각본가 '도널드'가 존재하진 않는다. 놀랍게도 도널드를 제외한 모든 인물은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논픽션을 다루는 이 작품에는 왜 가상인물인 '도널드'가 등장하고 왜 <난초 도둑>의 각본을 맡았지만 대신에 <어댑테이션>이란 작품이 나왔을까? 이러한 의문증은 자연스레 이 작품을 외재에서, 즉 반영론적 관점에서 분석하게 만든다.

당연할 수 있지만 재미있는 연출 중 하나는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찰리와 도널드를 함께 연기했다는 점이다. 찰리와 도널드는 외모적인 특성을 제한다면 성격적인 부분은 사교성부터 모든 행동들이 상반되는 인물이다. 존재하지 않는 쌍둥이를 만들어 그 인물을 본인의 결점과 반대되게 설정했음을 고려한다면 도널드는 찰리가 되고자하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하나만 빼고 말이다. 그건 바로 각본쓰는 방식이다.

찰리는 할리우드 식 집필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도널드가 권유하는 시나리오 작성 강의도 거부하며, 간단하고도 상식적인 접근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아가 할리우드가 선호하는 로맨스나 마약, 총격 같은 범죄물 또한 싫어한다. 찰리가 하고자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그는 오히려 각본가라기보다 특성 사물의 본질까지 꿰뚫어보고자하는 한 명의 철학가, 또는 시인처럼 보인다. 그는 적어도 상업적으로 각본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찰리의 가치관을 무시하고 작품 후반에 로맨스와 마약, 총격, 추격씬을 한꺼번에 집어넣어놓았다. 초반만 해도 40억년의 시간을 거슬러 현재에 도달하는 인류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난초뿐만 아니라 나아가 생명이란 포괄적인 범주를 주제로 삼으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는데 말이다. 관객은 두서없는 영화의 전개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정확히 어떤 영화인지 제대로 소개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너무나도 복잡하다. 주제는 '난초'에 박혀있는 듯하지만 실상 <난초 도둑>은 맥거핀에 불과하고 주인공은 '찰리 카우프만' 본인이다. 거기서 한번 더 변곡을 주어 할리우드 영화 산업 비판 영화로 탈피시켰다. 할리우드의 모든 성공공식을 때려박은 결말의 상태를 보면 작 중 초반 <난초 도둑>의 각본을 부탁받을 때 그가 발언하였던 것과는 완전히 역설적인데,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마지막 씬에서 쌍둥이 '도널드'는 추격씬에서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에 부딪혀 차 앞유리를 뚫고 그대로 즉사해버린다. 똑같이 안전벨트도 안했는데도 날라가버린건 도널드 뿐이었다. 도널드는 할리우드가 선호하는 틀에 박힌 각본을 쓰는 쌍둥이었다. 찰리는 도널드의 각본을 식상해하였다. 작가로서의 성장을 지향하던 찰리가 마지막에 도널드를 죽이는 선택은 결국 할리우드에 대한 반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항은 됐지만 저항이 됐다고 볼 순 없다. 결국 <어댑테이션>이란 작품은 나왔을지 몰라도 <난초 도둑>은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감
- 이렇게 난잡한데도 생각보다 흡입력이 있어서 신기한 기분으로 보았다. <어댑테이션>이라는 제목은 결국 찰리 카우프만의 이야기이다. 난초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진화를 하였듯이 찰리 또한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국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 <어댑테이션>은 찰리의 반항이 되었을지 몰라도 저항은 되지 못하였다. 꽃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없다고 판정하였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찰리의 자존감과 같은 이야기는 소음이 되버린 것이다.




▶한줄 평

시인이 될 수 없었던 각본가의 고백과 고뇌, 세상을 향한 비탄과 반항의 파편뭉치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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