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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2 : 렛 데어 비 카니지> - 앤디 서키스

by 대담한도약 2021.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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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2 : 렛 데어 비 카니지(2021)


서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러웠다. 이쯤되면 마블과 소니가 베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작품에 있어 무심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껴졌다. 사실 베놈이라는 작품은 그들이 말하는 다크히어로라는 정체성을 가진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이다. 히어로물에 있어서 히어로의 캐릭터성은 곧 흥행과 인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사실 베놈이라는 캐릭터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오히려 샹치보다 더 쓸만한 상품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만한 인정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 그 증거가 다름 아닌 베놈 세계관의 구성과 그 서사에 있다.

멀리갈 것도 없이 21년 여름에 개봉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과 비교해보겠다. 샹치같은 경우에는 각각의 조직은 물론 이세계의 세계관까지 나름의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었다. 인물 하나 하나에게 소속이 있고 욕망이 있고 방향성이 있다. 오히려 주인공인 샹치의 욕망이 가장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이다. 후속편을 위한 발판도 충분히 쌓아놓았으니 이것은 비단 쿠키영상과 마블유니버스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샹치의 호평이 적은 이유는 샹치의 이야기지만 샹치가 제일 눈에 띄지 않아서 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베놈은 어떠한가? <베놈>(2018) 같은 경우 주인공인 베놈과 에디에 관해서 충분한 설명을 해주었고 시각적으로도 새로운 액션물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베놈>(2018)이 그렇게 큰 호평을 받지 못한 이유는 베놈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라이엇이라는 심비오트와 그의 숙주에 관해서 충분한 설명이 못들어갔기 때문이라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불친절하게 급히 등장하는 악역은 관객에 눈에는 오로지 히어로를 한껏 성장시키기 위해 등장한 인물이 아닌 주인공의 실력을 보기 위해서 등장시킨 수동적인 인물이 되게 만들었다. 악역은 언제나 영웅을 이끌어야하는 능동적인 인물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베놈>(2018)의 악역은 능동적인 척하는 수동적인 역할이 되버렸다.

어느정도는 이해한다.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닌 '다크'히어로물이기 때문에 사실 새로운 장르를 펼쳐내기에 가이드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마블과 소니는 '베놈'을 다룰 때 '다크히어로'라는 정체성을 살리는 대신 흔히 말하는 '갭모에'라고 말하는 캐릭터성으로 승부를 냈다. 쉽게 말해서 베놈을 사람 머리를 뜯어먹고 형체를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은 무시무시한 외계인으로 설정한 후 성격을 그 반대로 가져가버리는 것이다. 베놈이 지금까지 흥행을 하고 있는 것은 감독의 연출이 뛰어난 것도 아니며 마블의 전략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단지 베놈을 '스파이더맨'에 끼워팔기 위해서 제대로 숨도 못쉬는 아기를 조산시켜 인큐베이터에서 강제로 길러내는 것과 같다. 만일 베놈이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고 대형 제작사의 지원도 받지 않는 평범한 작품이었다면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으리라.

그렇다면 <베놈>(2018)에서 아쉬웠던 점을 <베놈2 : 렛 데어 비 카니지>(2021) 에서는 개선시켰을까? 아니나 다를까 전혀 그런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 후속작에서도 소니는 베놈의 흥행 승부처를 갭모에에서 가져갔다. 그들은 베놈을 사랑할 생각이 없다. 히어로물의 후속편에선 당연히 전편에 비해 훨씬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당연한 것을 <베놈2>는 지키지 않았다.



(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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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브록과 베놈에겐 갈등이 있었다. 인간인 에디와 외계 생물인 베놈의 욕구가 너무 다르기에 원하는 생활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것은 충분히 적절하면서도 가이드까지 있는 쉬운 소재이다. 가령 <스파이더맨 2>(2004) 같은 경우에 피터가 평범하게 살고픈 마음과 스파이더맨 활동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충돌하였다. 이것을 잘 써먹는 것을 넘어서 관객에게 볼거리와 감동까지 선사해준 <스파이더맨 2>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2008)와 함께 명작 히어로물의 반열에 올라있다. 피터에게 내적 갈등이 생긴 원인부터 극복하게 된 방법까지 매끄럽고 설득력있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로 인해 영웅의 정의감 향상은 물론 시민들과의 유대감까지 확인하였다. 이 작품은 이런 과정을 잘 밟아내었기에 악역인 닥터 옥토퍼스의 서사가 완벽이진 않았음에도 박수갈채를 받을 자격이 있었던 것이다.

다만 <베놈2>는 어땠는가? 에디는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기 위해서 베놈을 숨겨야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정성스럽지 못하고 생략된 채 패스트푸드처럼 관객에게 던져졌다. 설명하고 싶지 않으니 그들의 관계와 상황을 알아서 빠르게 이해하라면서 말이다. 그 시간에 무엇을 보라고 하였는가? 악역이다. 연쇄 살인마 '클리터스 캐서디'에게 집중하라고 하였는데, 어째선지 그는 이미 감옥에 갇힌 채 무력하게 웅얼거리고만 있다. 그녀의 애인까지 말이다. 시작부터 긴장감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갈등은 에디와 베놈에게 있는데 정작 보여주는 것은 갈등을 만들어낼 수 없는 무력한 수감자 둘이다. 안그래도 무력한 악역인데 베놈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무력한 악역을 더욱 더 무력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에디와 베놈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그들의 갈등이 시작되려고 하니 이번에도 다시 악역에게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돌려버린다. 카니지가 등장해버리자 그제서야 악역은 악역답게 능동적인 역할이 되고 영웅응 영웅답게 수동적인 역할로 되돌아간다. 강력해진 새로운 악당을 상대하기 위해선 영웅 역시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더욱 강력해져야만 한다. 하지만 그들이 화해한 이유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이지 그들이 진정으로 이해하였기 때문이라고는 보지 못하겠다. 전개 자체가 그럴 의도도 없어보인다. 적당한 개그 요소를 던져주고는 에디가 급하게 베놈을 회유하며 화해를 청한다. 영웅은 그대로이고 악당은 더 강력해졌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

억지로 끼워맞추듯이 열쇠같은 존재가 필요했다. 근데 그게 카니지의 숙주 캐서디의 애인이었다. 캐서디의 애인은 어째서 음파공격을 할 수 있는 초능력이 생겼는가? 일체 설명도 없이 관객에게 내놓는다. 패스트푸드라고 하지도 못한다. 칼질 슥슥 해놓고선 회라고 던져준다. 그리고 그걸 관객은 받아먹어야 했다. 이 횟감이 수많은 초능력 중에서도 음파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베놈과 카니지가 소리에 민감한 심비오트 종족이기 때문에. 단지 그 뿐이다. 악역 한명이 이렇게 꼭두각시가 되어 각본에 희생되었다. 심지어 그녀를 무찌르는건 베놈도 아니고 카니지이다.

캐서디와 카니지, 에디와 브록. 그들의 차이는 숙주와의 궁합과 유대감이다. 하지만 이건 이미 전작에서 써먹지 않았는가. 라이엇과 드레이크 박사 말이다. 악역 한명은 꼭두각시가 되어 이용당한 뒤 버려지고 또 한명은 새롭게 탄생하기가 무섭게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아 비슷한 방식으로 매장당해버린다. 죽기 전엔 그렇게 애인을 찾더니 죽기 직전엔 애인은 커녕 에디랑 브로맨스를 하려고 한다. 악역에게 성의가 없다.

다시 에디와 베놈의 갈등으로 돌아와서 에디의 전애인 '앤'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사실 히어로물에는 당연하게 히로인이 한명씩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히로인들은 작품 전개에 있어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각본 안에선 영웅들의 약점이 되거나 정의감의 소재로 이용되며 각본 밖에서는 관객의 욕구를 채워주는 상품으로 쓰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앤'의 경우에는 작품의 전개에 있어 직접적인 관여를 하는데, 에디와 베놈의 화해를 직접 주도하는 것이다. 여태동안 히어로물에서 히로인이 이러한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그녀들은 영웅이 아니고, 그녀들의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에디와 베놈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들은 찌질이로 전락해버리고 앤은 이해심 많고 아량넓은 우월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굳이 그래야하는가? 그녀가 '원더우먼'이나 '캡틴마블', '블랙 위도우'도 아닌데도 관객에게 그녀를 보고 집중해라고 하는 이유로 대체 뭐가 있을까?

<베놈2>는 위와 같은 이유로 작품이 지향하는 방향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작품에 대한 올바른 분석도 이뤄내지 못한 채 개그물로써 이렇게 찍어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쿠키영상에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베놈2>의 쿠키영상에는 마블의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의 마지막 내용과 연결되는 장면이 TV에 송출되고 그것을 베놈이 흥미롭게 지켜본다. 사실 심비오트라는 것이 <스파이더맨3>(2007)에 나온 캐릭터이기에 필연적인 전개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동안의 무성의한 횡보를 살펴보자면 그 배짱과 무례함이 스파이더맨의 소재로 써먹기 위해서 라고 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반증이나 하듯이 <베놈2>에서 사람들이 가장 열광했던 것은 액션씬도 아니오, 새로운 악역이나 베놈의 모습도 아닌 쿠키영상따위이기 때문이다. 팬서비스에 가까운 이 짤막한 영상이 <베놈2>라는 장편영화를 집어삼킬 수있다니 <베놈2>라는 작품의 크기가 얼마나 자그마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작진이 <베놈2 : 렛 데어 비 카니지>를 만들기 전에 고민한 것은 결코 에디 브록과 베놈을 더 멋지고 섹시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것이 기본 자세는 아니었을 것이다. 1편에 비해서 2편에 더욱 강력해진 것은 베놈의 개그적인 요소밖에 없다. 하지만 이 요소를 베놈의 '다크히어로'라는 캐릭터성을 농간하고 희화하면서 가져가야만 했을까? 라고 묻는다면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알은 아마 스파이더맨을 위한 식사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크히어로물의 횡보가 이어진다면 과연 다크히어로물의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다.

아쉬운 점이 갈피를 잡지 못한 작품의 방향성과 인위적인 이야기 전개 등 정말 많지만 작품을 한줄평으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다만 필자는 그래도 베놈이란 캐릭터를 좋아해서 실망스러웠지만서도 재밌게 보았다.


(+ 작품 마지막에 파랗게 빛나는 경찰의 눈은 카니지의 피를 통해 만들어진 '톡신'이라는 새로운 심비오트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디 새로 태어날 캐릭터는 베놈과 에디처럼 농간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줄평


흥행을 위한 연출 가성비가 무엇인지 보여준 작품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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