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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le thought

영화관이라는 장소의 특수함 (부제: 스폰지밥의 바보상자)

by 대담한도약 202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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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영화관을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장소이다. 영화관이 갖고 있는 장소의 특수성. 그것이 영화관이 아직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이러한 특수성이 없었다면 스트리밍 시장이 커진 현재에 있어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관이 가지고 있다는 장소의 특수함이란 무엇일까?

 

 위의 사진이 보이는가? 하나의 커다란 스크린, 그리고 관람객들이 착석할 다수의 좌석. 이것은 모든 영화관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특징이다. 이것은 샤롯데(롯데시네마의 특별관)와 같은 프리미엄관이나 4D를 상영하는 특별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영화관은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하나 매개체를 다수에게 공유한다는 특징이 있다.

 영화관을 방문하는 관객들은 이러한 요소를 일체 신경쓰지 않은 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나와 관련이 없는 제3자와 공통된 경험을 한 공간에서 한다는 것은 단지 그 사실만으로 어떠한 결집력을 가진다. 영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곧 경험을 공유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심지어 하나의 사상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필시 현장에서 미온적이게나마 체감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주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영화관을 자주 방문한다. 특히 연인과, 또는 친구와 주로 다분히 그러하다. 

 

 두번째로는 영화관이 만들어낸 마케팅적인 요소가 있다. 영화관은 영화관만의 고유한 감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영화가 상영되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압도되는 분위기도 있겠으며, 자연스레 굳혀져온 문화적인 감성도 존재할 것이다. 문화적인 감성은 가령 매점에서 판매하는 팝콘과 나쵸, 핫도그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영화관하면 매점에서 판매하는 취식물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나친 폭리에도 불과하고 우리는 흔쾌히 그것을 구매한다. 그 때 발생하는 비용은 비단 팝콘에 대한 가격만은 아니다. 그게 다라면 그 비합리적인 가격에 누가 팝콘을 구매하겠는가. 우리는 문화와 감성을 매점에서 구매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 팝콘과 콜라를 사서 집으로 가져가서 영화를 본다면 과연 그 맛과 그 느낌이 여전할까? 영화관의 방문객들은 이러한 문화를 사랑하고 인정한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공간적인 의미에서 특수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혹시 <스폰지밥>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 '바보상자' 편을 알고 있는가?  이 에피소드에서 스폰지밥과 뚱이는 최신형 TV를 주문하여 그 TV를 버린 채 상자 속에서 상상력만을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밌게 놀며 웃기도 울기도 한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본 그들의 이웃 징징이는 스폰지밥에게 말한다.

니들 제정신이냐!!

<네모바지 스폰지밥 시즌 3> 8화

스폰지밥과 뚱이는 상자와 상상력만 있다면 해적도, 태권도선수도, 심지어 불가사리도 될 수 있다고 한다. 징징이는 저기 뻔히 최신형 TV를 버려놓고 상상력만으로 TV를 보냐며 그들을 비웃는다. 하지만 스폰지밥과 뚱이는 가당치 않고 상자 속에 들어가 그들의 놀이를 즐긴다.

 

 이것을 우리의 사례와 비교해보자. 우리가 최신형TV를 사서 버리는 행위는 하지 않았지만 극장에 가는 관객들은 결국 TV를 버리고 네모낳게 제약된 공간에 표를 사서 입장을 하지 않는가. 집에 멀쩡히 TV가 있고 내 손에서 즉시 영화를 틀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해적이 되기도, 운동선수가 되기도, 바다생물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이루어진다. 이것은 아주 특수하고 유일하다고 느껴지는데, 극장이라는 공간에는 어떠한 물리적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곳은 하루사이만에 상황에 따라 관객을 웃게 만들 수도 있고, 슬프게 만들 수도 있고, 공포에 떨게도, 용감하게도 만들 수 있다. 바로 영화를 통해서 말이다. 매체가 가지는 어떠한 이야기를 특정 공간에 온전히 주입시키는 것을 가능케 하는 공간은 사실 얼마 없다. 공연장이라거나 콘서트 장이라거나, 영화관은 그런 곳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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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자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은 징징이는 그 생동감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다. 결국 그들이 들어간 상자를 벌컥 열어보는 징징이, 그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상자 속에 앉아있을 뿐이였다. 집으로 돌아온 징징이는 집 안에 있는 자그마한 상자 속에 들어가보기도, 최신형 TV를 켜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를 즐겁게 할 흥미거리를 얻지 못한다. 밤에 몰래 나가 스폰지밥의 상자 속을 들어가보는 징징이. 레이싱선수가 됐다고 상상을 하자 진짜 레이서가 된 것처럼 운전을 하는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스폰지밥의 말대로라면 상자와 상상력만 있다면 그것이 가능했어야 했다. 그러나 징징이는 집에서 발견한 상자 속에 들어가봤지만 실현시키지 못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징징이의 상자는 '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스폰지밥의 상자는 '집 밖'에 있는 상자였다.

스폰지밥의 바보상자는 밖에 있다.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이 에피소드는 영화관이 가지는 공간적인 특수성을 이야기하는 상징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만일 징징이가 가져간 최신형 TV에서 바보상자를 이길만한 흥미로운 오락거리가 방영되었더라면 징징이는 바보상자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을 것이다. 만일 집에서 찾아낸 상자가 스폰지밥의 바보상자같은 기능을 가졌더라면 징징이는 스폰지밥의 바보상자를 몰래 들어가보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지금 영화관이 위기에 봉착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지 코로나19 사태 때문만이 아니라 바보상자를 위협하는 오락거리가 집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바보상자가 더 월등하고 건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아직도 과거의 영광 속에 있다고 안주해버린다면 그림에서 바보상자가 버려지는 것처럼 언젠간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여 버려질 것이다. 시대적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이다. 스트리밍 시장은 이미 너무나도 커져버린 나머지 영화관과 눈높이를 같이하고 있다. 자본 또한 그러한 흐름 속에 동참을 하고 있는데, 조금은 안타깝다. 징징이가 집에서 찾아낸 상자는 스폰지밥의 바보상자에 비하면 크기가 워낙 작다. 아마 팝콘과 콜라도 가지고 못들어갈 것이다. 집에서 즐기는 스트리밍 시청은 결코 영화관의 그런 유일무이한 문화적인 특성을 쟁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영화관은 팝콘과 콜라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딜리버리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넷플릭스가 상영하는 영화를 극장에서도 틀어준다. 그 뿐만이 아니라 티켓값까지 올리고 있으니, 스스로의 경쟁력을 낮추고 있는 경우다. 하지만 그들은 당장에 생존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힘든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장에 버려진 징징이와 바보상자

 

 한 때 문화산업의 선두를 달리던 극장은 지금 너무나 배고프다. 쓰레기장에는 버려진 바보상자들이 곳곳에 보인다. 영화관의 퇴보가 코로나19란 변수를 만나며 가속페달을 밟은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 시점에서 관객들의 발길을 다시 불러모을 수 있는 무기를 거머쥐어야한다는 것이다. 집에도 보관하지 못할 어마무시하게 큰 상자가 된다면 고객들은 집 밖으로 나와 제 발로 상자 속에 들어갈 것이다. 최상의 사운드, 스크린, 공간의 쾌적함. 그들에겐 그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4D 산업을 응원하진 않는다. 지금의 4D관은 기술의 발전을 증명해줄진 몰라도. 소비자의 니즈를 완벽히 충족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굳이 관객들의 발길을 돌리는데에 4D같은 거창함은 필요없다. 단지 최상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영화같은 순간을 선물해주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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