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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le thought

로맨스 물에서 고백과 연애시작은...

by 대담한도약 2021.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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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로맨스 영화에서 종착지는 어디일까?

1. 연애시작
2. 이별

어디를 택할지는 펜을 누가 잡았는지에 따라 다르겠다. 행복한 연애를 잘 보여줬다면 이별로, 갈등과 수난을 잘 보여줬다면 연애시작을 끝으로 두겠다.  이것에도 유행이 있는 듯이 보이는데 가령 옛날 영화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더래요.' 라는 엔딩을 좋아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허무맹량하고 알맹이 없는 엔딩을 지향하게 되지 않았다. 대중들은 보다 현실적인 플롯을 좋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를 바란다. 입맛이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변태같기도 한 이 성향은 주인공이 마냥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주인공이 고통 속에서 성장하는 것을 바란다. 어쩌면 그것은 간접경험을 통해 편하게 경험치를 흡수하고자하는 속셈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네이버 웹툰에 <이번 생도 잘 부탁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을 흥미롭게 보았던 이유는 소위 진도라는 것을 지체 없이 쭉쭉 나가는 것이 신기하였기 때문이다. 연애물이란 것은 대부분 큰 틀 안에서 오차없이 이루어진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소재와 멘트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입장에서 장기 연재를 하는 로맨스물이 이렇게 진도를 팍팍 빼낸다는 것이 독자의 입장에서는 재밌기도 하면서 우려스러웠다. 이 템포로 장기 연재할 수 있는 연료가 남아있을까? 하고 말이다. 경탄스러웠던 것은 이 웹툰작가님이 로맨스 장르에 대해서 굉장히 빠삭하다는 것을 느끼고 나서이다. 연애장르에서 고백과 사귀는 단계는 주로 기승전결 중에 '전', 또는 '결'에 속한다. 그렇기에 이 단계를 빨리 밟는 것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도전적이고 위험한 시도이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이 고백과 연애의 단계를 돌입하면서도 돌입하지 않았다. 서로 사랑한다는 감정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만 그렇다고 연애는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독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완급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고 생각한다. 기승전결 중에서 '승' 단계에서 이 시도를 하였으니 커플이 적극적인 연애단계에 돌입하는 것은 아마 '전' 단계일 것이다. 전형적인 패턴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로맨스물들은 연애시작을 '전' 단계에 위치 시키고 '결' 단계에 위기 상황같은 소재들을 마무리 시킨다. 가령 <쌈 마이웨이>는 프로무대 데뷔이고 <도깨비>는 도깨비 세계관의 평화이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같은 경우는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교통사고의 흑막을 밝히고 해결하는 것이 결 단계일 것이다. 역시 큰 틀은 깨지 않을 것이지만 '승' 단계에서 '전' 단계에서 나올 법한 연애시작을 앞당겨서 응용시킨 것이 기발했다고 생각되었다.

만일 다른 전개로 간다면 흑막해결을 우선시하고 그 후 연애장르를 뒤로 둘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사건해결을 결 단계에 두는 것은 사건해결을 하는 동안에는 연애의 진도를 빼는 것을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수를 둘 진 모르지만 이렇게 완급조절을 잘하시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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