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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작성 <오베라는 남자>

by 대담한도약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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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21/5/28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因地而倒 因地而起)"

-지눌 스님-


시련을 겪고 아픔에 빠져있다면 그것을 외면하는 것으론 나아질 수 없다.
무시하는 것은 그 순간을 잊게 해줄 순 있으나 그것은 염증처럼 나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그것도 서서히 서서히 나조차도 모르게 말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굳이 특정 인물이 아니다.
이 인물은 강한 충격으로 무력함에 빠져 망가져버린 인간의 모습을 대표한다.
그러나 억지로 바꿀려 해도 천성은 바꿀 수 없는 법이다.

오베는 끊임없이 죽으려고 한다. 목을 매달고, 연기를 마시고, 기차에 뛰어드는 등
자신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조리 동원한다. 그러나 천성이 착한 오베는 늘 자신의 목적보다
이웃과 마을의 평화를 더 중요시한다. 그의 자살시도는 작 중 방해를 받는 듯 보이나
사실은 오히려 그는 정말로 죽기 싫어한다.
이웃의 자잘한 소음은 자살하려고 굳게 마음먹은 결정을 바꿀만큼 강력한 것이 아니다.
기찻길에 투신하려는 와중에 다른 남성의 투신을 저지했던게 자신도 얼마나 모순적인 행동인지 오베는 알고 있다.
우린 아이러니하게도 오베가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그가 얼마나 세상을 사랑하는지 느낀다.
그는 세상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저주하며 애써 상처받지 않을려고 굳세게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란 언제나 그렇다.
땅에서 쓰러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처음부터 오베가 심술궂었던 것은 아니다.
아내가 없는 세상에서
그는 아내를 지켜내지 못했단 자책감에
홀로 살아가는 쓸쓸함에 그는 무너졌다.
다시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누구인가?
우연처럼 운명처럼 그에게 소냐가 나타난 것처럼
새로운 이웃이 우연처럼 나타났다.
늘 곁에 지내던 이웃이 어느 순간 새삼 또다시 그립고 소중해진다.

찢어진 상처를 마주하는 것은 누구나 무섭다.
홀로 강하게 이겨내는 법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누군가 그 사람을 응원하고 사랑해주는 것은 오베마저 미소짓게 만든다.
이웃이란,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쓰라린 과거는, 참담했던 경험들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지금의 내가 어떻게 서있는지 돌이켜본다면 사랑해야할 사람이 누군지도 금방 알 수 있다.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사람, 떠나가지 않은 사람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누가 떠올랐는가?

그런 사람은 순식간에 떠오르기 마련이다.
한치의 고민도 없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다가가 최선을 다하여라 아낌없이 말이다.







p.s. 어찌할 방도없는 비극은 삶을 돌이켜보게 만든다. 소냐의 죽음에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사쿠라의 죽음이 떠올랐다. 인간에게 보장된 안정은 없다. 적어도 사랑과 애정에 있어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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