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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토냐> - 크레이그 질레스피

by 대담한도약 202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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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p;amp;amp;amp;amp;amp;amp;amp;lt;아이,토냐&amp;amp;amp;amp;amp;amp;amp;amp;gt;(2018)



<아이,토냐>는 2018년도에 나온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의 작품이다.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은 최근 디즈니 영화 <크루엘라>의 감독을 맡았기도 하였는데, <크루엘라>를 시청한 후 이 감독의 성향과 연출 스타일에 흥미가 생겨 찾아보게 되었다. 이 작품의 주연은 '마고 로비'가 맡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오스카 여우주연상의 후보로 등극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마고 로비의 연기력이 부각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구글에 낸시 캐리건 사건이라고 검색하면 그 일화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런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의 경우 대개 감독이 사건에서 무엇을 중요시하냐를 쉽게 캐치할 수 있고 그로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발견한다면 즐거움을 느낄지 모른다.

(스포 주의)


 가장 눈에 띄는 연출로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와중에 극 중 인물이 관객에게 말을 건다는 것이다.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눈을 마주치고 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연출을 통해 스크린 속 인물에게 친근감을 느끼며 몰입감을 가져가게 된다. 감독은 우리가 '토냐 하딩'이라는 인물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친구처럼 느끼기를 바라고 있다.

그녀는 불쌍한 인물로 보여진다. 토냐는 4살이란 어린 나이부터 피겨 스케이팅에 천재성을 보인다. 그러나 과할 정도로 차갑고 냉정한 편부모와 빈곤한 가정상황 속에서 자라난 탓에 그녀의 천재성에는 독기와 경쟁심이라는 씨앗이 뿌려지게 되고 그녀의 성격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밑 바탕이 된다. 감독은 이러한 그녀의 성격 형성에 사실을 기반으로 정당성을 부여한다. 바로 그녀를 바라보는 주변인의 시선에 조명을 밝혀서말이다. 그녀의 가난과 촌스러움은 항상 주위사람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여성스럽지 않고 곱상하지 못하다며, 평온한 가정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보수적인 심사위원들은 그녀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재능좋고 자존심 높은 그녀는 그 시선 속에서 버텨내기 위해 깡다구를 키웠다. 그렇게 그녀는 독해졌다.

 여기서 <크루엘라>의 크루엘라와 토냐를 비교하고자 한다. 토냐와 크루엘라는 한 분야의 재능을 타고났다는 것, 높은 자존심에 주위 사람들과 적대적이었다는 것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 둘의 차이점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갔느냐에 있다. 원칙적으로 우리는 토냐의 어머니보다는 크루엘라의 어머니(남작 부인이 아닌 캐서린)를 더 좋은 부모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크루엘라는 '에스텔라'라고 하는 사회와 친화적인 인물상을 습득할 수 있었고 원한다면 그녀는 사회와 친사회적인 자질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토냐의 경우엔 다르다. 어머니는 딸에게 뿐만 아니라 성격 자체가 괴팍하고 표현이 거칠었으며 행동은 투박하였다. 토냐는 유년 시절 사회와 친화적인 인물상을 습득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사귀었던 제프라는 남친도 썩 좋은 인물은 아니었으니 안타까울 지경이다.

토냐의 어머니, 라보나 골든


다시 <아이, 토냐>로 넘어오겠다. 연습장에서 만난 남자 제프는 토냐와 연애를 하면서 폭력을 일삼는다. 그는 싸울 때마다 걸핏하면 토냐를 때렸고 토냐 또한 그리 하였다. 대회 전 멍자국을 가리기 위해 화장을 덧칠하였으며 나중엔 이 생활이 익숙해졌고 토냐의 일상이 되었다. 결국 결혼까지 하였는데, 어머니는 토냐의 모든 행동에 불만이 있었고 결혼 조차

 

"얼간이와 섹스는 해도 결혼은 하는거 아니야."



 라며 한심함을 표현했다. 어머니는 토냐의 편으로서 단 한번도 격려하고 응원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영화 속에선 마치 토냐를 투견을 길러내듯 그렇게 키워냈다.
(+ 토냐는 어머니와의 말다툼 중 어머니가 확김에 던진 나이프에 팔을 찔리게 되고 화가나 집을 뛰쳐나온 후 독립을 했다. 물론, 엄마인 라보나가 당황해하는 장면도 나온다.)

 토냐의 재능이 꽃피는 기술은 '바로 트리플 악셀'이다. 공중에서 3.5바퀴를 돌고 온전히 착지하여야하는 고난이도 기술은 평범한 사람은 시도조차 두려워하는 최고의 기술이다. 그녀는 이것을 해낼 수 있는 미국의 유일한 선수였다. 하지만 엄청난 집중력을 써야하는 기술이기에 토냐가 갈등을 겪을 때마다 실패하며 넘어지기 일 수 였기에 토냐의 트리플 악셀은 최고의 무기이자 엄청난 집착이었다. 토냐의 커리어를 가로막는 것은 그녀의 미흡한 재능이 아닌 항상 못되먹은 주변인들과의 갈등으로 묘사된다. <크루엘라> 속 크루엘라는 주변인들과의 갈등이 자신의 길을 가로막진 않는다.

 토냐는 대회 중 시도한 트리플 악셀 성공으로 미국의 영웅이 된다. 그녀는 유일무이한 최고의 피겨 스케이터였고 그녀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낸시 캐리건'만 완벽히 꺾는다면 그녀에게 적수는 없었다. 어느 날 토냐는 협박 편지를 받아 연습에 지장이 끼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되고 남편 제프와 그의 친구 션은 낸시에게도 똑같이 편지를 보내 그녀를 방해하기로 작당한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에 과대망상증이 걸려있는 션은 낸시 캐리건의 무릎을 작살내고 '나는 남들보다 네 수를 앞서 가. 사실 토냐의 협박 편지도 내가 쓴거야.' 라며 극 중 인물들은 물론 관객들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충격적 트롤링을 고백한다.

 그녀는 낸시가 부상인 상황 속에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여 다신 없을 두 번째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어낸다. 그러나 션의 트롤링으로 인해 일이 단단히 꼬여버린 토냐는 올림픽 출전이 불분명해지는 등 온갖 수전을 다 겪는다. 집 앞으로 기자들이 들이닥치고 FBI가 사건을 조사함에 따라 제프와 션이 체포 당하고 토냐는 도저히 멘탈관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어머니는 토냐의 집에 찾아와 말한다.

 

'나는 네 편이야 토냐.'

 


 이것은 토냐가 극 중 처음 들은 온기가 담긴 말이었다. 살아오며 단 한번도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토냐는 라보나를 껴안으며 말한다. '사랑해요.' 그런데 어머니는 주머니 속에 녹음기를 틀고 사건을 추궁했고 토냐는 실망과 혐오를 감추지 못하며 올림픽 대회에서 8등이란 성적을 낸다.

출전 준비를 하며 억지 미소를 연습 중이다.


 대회 전 거울을 보며 최대한 심사위원들이 좋아할만한 화장을 해보인다. 웃어본다. 하지만 무너질만큼 다 무너진 토냐는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웃어보이지만 <조커>의 웃음보다 더욱 슬퍼보인다. 그녀는 울고 있다.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관객이었다. 극 중 수도 없이 토냐에게 말을 건네받은 관객은 토냐의 편이 되어있다. 그리고 토냐는 자신의 슬픔과 세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 위한 억지 웃음을 숨김 없이 보여주었다. 토냐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강렬한 전략은 없으리라 생각됐다. 극의 끝에 다달아 관객들은 토냐를 위로할 수 있다. 천부적인 재능이란 화려한 꽃은 시들어버렸다. 그렇게 저물어버린 토냐의 봄은, 아니 미처 오지도 못한 그 봄에 관객들은 연민을 표한다. 연출을 통해 이제 토냐는 단지 극 중 인물이 아닌, 머나먼 타인도 아닌 가까운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토냐는 살기 위해서, 생활비를 위해서 복싱선수가 된다. 그녀가 겪었던 마음 고생과 상처들은 이제 눈에 보일만큼 선명해진다. 주먹을 맞아 피부가 찢어져 피를 흘리고 멍이 든 모습은 그녀의 상처받은 내면과도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녀는 일어나야 한다. 피겨마저 잃어버린 그녀도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트리플 악셀이 그녀의 인생을 바꿨던가. 가장 화려한 트리플 악셀의 장면은 상대방의 펀치에 날라가는 토냐의 모습과 교차된다. 그녀의 천재성은 대중들이 주는 편협한 평판에 넉다운된다.

 

'미국 사람들은 사랑할 사람도 필요로 하고 미워할 사람도 필요로 하죠.'

 


 사랑받은 사람도 토냐였고 미움받은 사람도 토냐였다. 감독은 토냐 하딩을 우리와도 똑같은 사람으로도, 비범한 사람으로도 생각한다. 그녀는 재능이 있어 편협한 평판에도 불구하고 영웅이 되는 비범함을 보였다. 그러나 사람이기에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기에 수많은 고난 속에 상처받고 쓰러졌다. 똑같은 사람이기에 위로가 필요했고 기댈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녀는 기댈 사람이 없었다. 평온한 쉼터란 그녀에게 없었다. 감독은 그런 토냐의 수고를 높게 샀던거 같다.물론 그녀가 협박 편지를 보내기로 한 것은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죄값 이상을 지불했던 것은 확실하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 했던가. 환경을 타고나지 못했던 그녀에게 필자도 안타까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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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일까? <크루엘라>에서 그 단어를 따오자면 '에스텔라'이다. 토냐 하딩에겐 '에스텔라'의 면모가 없었다. 천재성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곳은 그리 무한히 높지 않다. '에스텔라'같은 그 밖의 사회성과 그에 관련한 영민함이 필요했다. 우리는 이것을 교훈 삼아야한다. 재능만으로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꽃을 피우는데에는 씨앗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물은 자신이 빨이들이는 것도, 뿌리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토양이 정말 중요하다. 세상에 사랑받길 원했던 그녀를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것은 충분히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그런 이야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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