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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le thought

영웅과 빌런의 대립

by 대담한도약 202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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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같은 첩보물이든 스파이더맨같은 영웅물이든 언제나 상대하는 악당이 있기 마련이다. 악당은 새로 생길 수도 있고 기존에 있던 인물일 수도 있는데 중요한건 결국 악당을 관객에게 충분히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예시를 들자면 화재현장이 있다. 라디오라던지 지인의 입을 통해서 화재현장 소식을 듣고 무사히 진압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떨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아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피부로 화염의 따가움을 체감한다면 필시 그 경험은 같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영웅을 잘 소개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그보다 중요한 것이 악당을 영웅만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은 수동적인 인물이다. 악당이 존재하지 않으면 영웅은 쓸모없는 인물이 되어버린다. 반대로 악당은 능동적인 인물이다. 사건을 주도해버리기 때문에 사실상 영화 속에서는 영웅보다 더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영웅만큼 오랜 시간을 잡아들여 악당의 족적을 쫒고 서사를 쌓고 때론 공감을 만들어내야한다. 영웅은 나서지 않고 쫒아가야한다.

영웅물에서는 크게 주제가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악당, 둘째로 영웅의 내면이다. 하지만 영웅의 고뇌와 같은 주제는 이미 충분히 논해진 작품이 많기에 신선하지 않다. 단지 메인요리에 뿌려지는 소스와 플레이팅만 바뀔 뿐이다. 오히려 신선한 영웅물은 악당을 얼마나 잘 조립해내는가에 달렸다. 정의의 존재보다 악의 존재가 그 정체성으로 인해 논할 것이 충분히 다양하기 때문이다.

시리즈물로 넘어가서 이야기의 포커스에 관해 논하자면 1편에서는 결코 악당을 영웅보다 위대하게 만들어선 안된다. 영웅도 악당도 생소한 마당에 악당에게 러닝타임을 양보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세계관을 소개하고 영웅의 능력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1편의 역할은 끝이다. 관찰할 것은 아마 캐릭터성과 액션씬이 전부다. 1편은 영웅과의 소개팅이다. 충분히 어필해야한다.

2편의 경우엔 그만 소개해도 된다.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그 비중을 높이는 것은 작품의 방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1편만치 신선할 리가 없다. 만일 <아이언맨>같은 작품이라면 영웅의 정체성에 맞게 계속해서 신선함을 주어야하겠으나 이것에 정신이 팔리면 이야기 자체가 죽어버린다. 2편이든 3편에선 영웅의 내적 갈등이나 세계와의 대립 혹은 강력한 악당을 만드는 것이 속편의 과제이다. 하지만 내적 갈등같은 경우에는 일회성이 크다. 한번 내적 성장을 해버린 영웅이 또 비슷한 고민을 겪는다면 이야기는 방향성을 잃을 것이다. 자신없다면 한번만 다루는게 유리하다.

악당은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공감 가능한 악당과 공감 불가능한 악당. 공감 가능한 악당은 만들어내기 쉽다. 갈등 하나 던지고 미치게 만들면 된다. 후자의 경우는 까다롭다. 이것은 사이코패스의 소재와 다루는 법이 같다. 동기라는 것을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만들기는 쉽다. 대신에 또다른 문제를 필연적으로 야기하니 하나는 관객을 끌어들일 캐릭터성이고 둘째는 사이코패스가 얼만큼 영웅의 내면을 휘어잡느냐에 있다. 개인적으로 사이코패스 악당은 정말 자신있는게 아니라면 기피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각본의 성공은 결국 악당에게 있다. 모든 인물을 사랑한다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야기의 꼭두각시가 되어 인물들이 움직인다. 관객도 단지 시청할 뿐 생각하질 못한다. 다시 말해 몰입하지 못한다. 관객은 영웅이든 악당이든 한 사람에게 빠지게 만들어야한다. 이걸 실패한 작품으론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대중적으론 <스파이더맨 3>와 <베놈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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