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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시티(2005) -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쿠앤틴 타란티노

by 대담한도약 2021.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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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시티(2005)

흑백 영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한 액션영화였다. 세가지 종류의 시나리오를 세 감독이 맡아서 옴니버스 식으로 만들어낸 독특한 영화로써 상당히 흥미로웠다.

감독들은 왜 흑백연출을 애정하는가? 흑백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흑백은 색이 전혀 없다. 이미 다채로운 색을 사용할 수 있고 그것에 익숙해져있는 상황에서 시대를 역행하여서 흑백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 그것에서 찾아낼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흑백은 아이러니하게도 색깔을 상상하게 만든다. 색을 뺌으로써 그만의 색을 더한다는 것이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도 그러하고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맹크>는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반복하여서 흑백연출을 설득시켰다고 한다. <동주>의 경우에는 과거의 느낌을 더욱 가미시키면서 인물들의 대사, 윤동주(강하늘 배우)가 읊어주는 시에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맹크>의 경우에도 과거 할리우드를 상상케하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모든 흑백영화의 연출이 탁월하다고 볼 순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각적 효과가 중요한 액션 영화에서 흑백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씬 시티>의 경우는 완전한 흑백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붉은 피, 붉은 드레스, 빌런의 노란 피부는 색채를 완전히 살려내었으며, 몇몇 씬들은 완전한 컬러도 아니고 완전한 흑백도 아니라 채도를 아주 조금만 살리는 방식으로 그것을 활용하였는데 그 덕에 관객은 컬러일 때보다 좀 더 감독이 연출한 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의 배경이라던지, 색상은 오히려 쓸모 없으며 방해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필자는 이 영화야 말로 흑백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응용한 영화라고 칭송할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는 어렵지 않고 굉장히 단순하다. '마브'를 연기한 미키 루크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낸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바치고 그 배후를 밝혀 응징한다. '드와이트'를 연기한 클라이브 오웬은 자신의 여자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영웅적인 경관으로 칭송받는 남성과 그의 패거리들을 살해하곤 경찰들과 평화협정이 깨진 사창가의 여성들을 위해 적들과 싸운다. '하티건'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브루스 윌리스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그녀들을 위협한 악역들을 응징하고 보복한다. 이 영화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어떠한 계산없이 오로지 그녀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행동하는 무자비하도록 순정넘치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선 남성이 왜 그 여성들을 사랑했는지는 전혀 묻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들을 지키는데에는 오직 한가지 이유만을 두곤 목숨을 바친다.

(약한 스포 주의)


이야기와 연출들은 다소 비현실적이다. 그들은 차에 여러번 치이거나 총에 맞아도 쓰러지지 않으며, 심지어 목이 밧줄에 매달려도 목에 힘을 주고는 유리조각을 발로 붙잡고는 밧줄을 잘라내어 탈출하는 경이로운 쇼를 보여준다. 그들은 정의롭진 않지만 영웅적이다. 현실적이진 않지만 어떠한가? 그들의 순정은 이미 충분히 비현실적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있어서 이러한 비현실성은 어쩌면 전혀 영화를 방해하지 않는다.

결말은 어떠한가? 첫번째 이야기에서 '마브'는 경찰에게 붙잡혀 오명을 뒤집어쓰고는 전기의자에 앉아 사형된다. 사랑하는 여자는 되살아나지 않지만 쌍둥이인 웬디를 품에 안은 것으로 만족한다. '드와이트'는 사창가의 여성들을 지켜내지만 그녀들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마음 속으로 알고 있다. 그녀들은 드와이트를 필요에 의해서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티건'은 자신이 소중히 여겼던 '낸시'라는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싸운다. 결국 그녀를 지켜내지만 자신이 죽어야 그녀가 안전할 것임을 아는 그는 스스로 머리에 총을 겨누어 자살한다. 그들은 자신이 어떠한 결말을 맞이할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일말의 망설임없이 그 결말을 위해 달린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인다.

이 영화에서는 특별히 발색하는 특정 색들이 있다. 빨강, 파랑, 노랑이 그것들이다. 물론 다른 색들도 빈번히 나타나긴 하지만 가장 주목받는 것들은 저 세가지의 색들이다.

빨강은 매혹이자 인간성, 즉 사람의 감정이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피와 같은 빨강색을 보면 생존을 위해 긴장하게 된다. 붉은 피, 빨간 드레스, 입술들은 심장을 뛰게 만들고 집중하게 만든다. 세 남성들은 이 붉은 감정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붉은 피를 감내한다. 이성적인 판단만으로는 붉은 색을 위해 붉은 색을 묻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혹을 온전히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감정이란 매혹적인 것이다.

파랑은 미지와 타락, 배신의 색이다. 드와이트가 나오는 스토리에서 재키 보이라 불린 경관이 탄 차량은 파란색인데, 이 인물의 신분은 시나리오에서 굉장히 중요한 방아쇠가 되지만 드와이트가 신분증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어떤 인물인지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 이 경관은 래퍼티 반장으로, 경찰 영웅이라 불리는 작자였는데, 실상은 폭력과 여자를 밝히는 불한당으로 사회적 지위와 전혀 다른 모습이 있었다. 또한 파란 눈동자가 매력적인 베키(알레시스 브레델)는 개인적이고 옹졸한 이유로 올드 타운을 배신한 것이 밝혀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인물은 끝까지 살아남으며 사익을 쟁취해낸다. 그녀는 사익을 위해선 언제 어디서든 배신할 준비가 되어있는 인물이다.

노랑은 죄악의 색이다. 드와이트 시나리오에서 마피아의 두목 눈에 박힌 구슬의 색은 노랗게 반짝이며, 하버티가 나오는 세번째 시나리오에서 로어크의 외아들은 온몸이 노랗게 연출되며 뿜어져나오는 피 색 또한 붉은 피가 아닌 노란 피이다. 사람을 죽이는 남성이나 몸을 판 여성들의 피부색을 드문 드문 채도를 높여 노란 피부를 보여주곤 하는데, 로어크의 외아들은 옅은 노란 피부가 아니라 자극적일만큼 샛노란 색이다. 모든 이들이 조금씩의 죄악을 묻히고 살지만 죄악에도 정도가 있으며 죄질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은 감독의 생각이자 가치관일 것이다. 사이코같은 죄악덩어리에겐 붉은 피 조차 양보할 수 없다. 노란 피는 도저히 같은 인간이라고 취급하기 싫은 감독의 표현이 아닐까?


이 영화는 순정적인 남성, 매혹적이고 지배적인 여성, 부패한 공무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쩌면 이 도시엔 선악이란 존재하지 않고 단지 편가르기에 불과한 도덕성만이 존재할지 모른다.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 남성이다. 순정을 위해 죽는 것도 남성이며, 죄악을 저지르다가 죽는 것 또한 남성이다. 여성은 살아남기 위해 죄악을 묻히며 빨간 색을 치장한다. 남성이 묻히는 색은 단 하나이다. 붉거나, 파랗거나, 노랗거나. 하지만 여성은 다르다. 붉은 입술, 드레스를 가지고, 파란 눈동자를 가지며, 노란 머릿결, 피부 또한 가지기도 한다. (물론 노란 피부는 남성 또한 가지기도 한다.) 그녀들은 남성들에게 피해를 받고 수탈당하기도 하지만 남성들에게 구원받고 목숨을 부지한다. 최종적으로 그녀들은 남성을 조종하는 듯이도 보인다. 씬 시티는 그런 곳이다. (필자는 성편향적인 얘기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영화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결국 모든 부류는 원하는 것을 위해 몸에 색을 묻힌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행동의 이유를 묻지 않는 것이다. 인물들의 행동에는 계산이 없다. 어쩌면 즉흥적이고 어쩌면 본능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시 되는 생각들이 그들을 조종한다. 그리고 누군가들은 이 영화가 섹시하다고 말한다.

▶한줄평

흑백 속에서 압도적으로 발색하는 것처럼 폭력과 순정이 무자비하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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